훈자에서 먹는 음식이 장수에 매우 중요한 비결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살구꽃 향기가 감도는 세계 파키스탄 훈자마을 [2012 WINTER 세계의 장수촌]
> 세계의 장수촌
살구꽃 향기가 감도는 세계
파키스탄 훈자마을
파키스탄 북동쪽에는 장수촌으로 이름난 훈자(Hunza) 마을이 자리한다. 훈자마을은 해발 6,000m가 넘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소량은 16.5%, 습도 50%로 건강에 좋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을에는 백 살이 넘는 노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장수 비결이 소박한 삶에 있다고 말한다.
글·사진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부지런한 생활 습관
훈자 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장수촌 외에도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작품무대가 된 이후다. 또한 훈자 마을을 배경으로 영국의 제임스 힐턴이 <잃어버린 지평선>란 소설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졌다. 이 단어인 ‘샹그릴라’가 널리 퍼졌다.
훈자마을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길기트(Gilgit)까지 버스나 비행기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세 시간을 더 가야 카리마바드에 도착한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정벌 때 이곳을 지나던 병사들 일부가 그대로 눌러앉아 훈자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학자들은 훈자마을의 장수요인으로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꼽는다. 저녁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식사를 한 후 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항상 몸을 움직인다.
훈자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영국의 맥카리슨 박사의 영향이 크다. 박사는 주민 대다수가 90세가 넘도록 장수한다는 점과 주민들의 음식이 언뜻 보기에도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점 사이에서 불가사의함을 느꼈다. 그래서 결국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사람 나이 70세에 해당하는 쥐들의 생육기간인 2년 후 박사는 놀랄 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훈자 음식으로 사육된 쥐들은 단 한 마리에게서도 병변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인도음식으로 사육된 쥐들은 반 정도가 간염이나 탈모 등 여러 병변이 보였고 흰빵, 버터, 백설탕, 햄, 소시지 등 영국음식으로 사육된 쥐들은 거의 병들었거나 이미 죽은 뒤였다. 이러한 동물실험을 통해 훈자에서 먹는 음식이 장수에 매우 중요한 비결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맛 강항 과일섭취
훈자마을 사람들은 차파티(효모를 넣지 않고 통밀을 반죽하여 둥글고 얇게 만들어 구운 빵), 말린 콩류, 마늘죽, 갓 짠 우유, 식물성 기름, 설탕을 넣지 않고 3개월간 자연 발효시킨 포도주, 요구르트에 양젖을 넣고 저어 만드는 라시, 잎이 푸른 싱싱한 채소, 과일을 즐겨 먹는다. 특히 살구를 좋아하는데 마을 어디를 가나 살구나무가 있다. 훈자인들은 살구를 말려 1년 내내 간식으로 먹고, 살구씨에서 기름을 짜 몸에 바르기도 하는데 살구씨 기름에는 비타민 E와 F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과일은 대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씨까지 모두 먹으며 식사량은 적은 편이다.
또 식사 때마다 마늘, 양배추, 무 등의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과일 중에서도 신맛이 강한 것을 많이 먹는다.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도 섭취한다. ‘장수’하면 보통 채식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들은 양고기나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양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발효유, 버터 등도 적지 않게 먹고 있다.
훈자의 물은 울타르 피크(Ultar Peak) 산에서 흘러나와 검은 모래지대를 지나서 마을로 내려오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탁한 회백색으로 불결해 보이지만, 철과 망간 등 몸에 좋은 광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현지에서는 ‘생명의 물’이라고 불리는 이 물로 주민들은 음식을 해 먹고 식수로 이용한다. 이 곳 사람들은 만년설이나 빙하가 녹아 내려 흐르는 이 계곡물이 장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훈자마을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문명의 편리함을 멀리하고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훈자마을 주민들은 온몸을 대자연의 품속에 맡긴 채 여유롭게 살아간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웅대한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온순해지고 욕심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일한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지면 곧바로 잠드는 규칙적인 삶을 평생 지키고 있는 것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이러한 노동 덕분에 동물성 지방에 많은 콜레스테롤도 몸에 축적 될 사이 없이 소멸되어 버린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자급자족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훈자에 요즈음 들어서 외지인들이 찾아오고 인스턴트식품이 유입되면서 점차 장수 지역으로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이 떨어지고 있으며 100세가 넘는 노인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펌함